침은 3번만 맞아보면 안다?
침은 3번 맞고 효과 없으면 그 한의사랑 안맞다?
본원에 다니시던 분의 소개를 받아 원거리에서 노인 부부 분들이 오셨다. 진찰을 해보니 두 분다 척추의 퇴행변화로 인한 척추협착이다. 허리 아래의 통증이 심해서인지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치료를 많이 하셨다.
그런데 할머님보다는 할아버님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몇십년간 스테로이드를 장복해오면서 인체 전반의 연부조직(근육 건 인대 등)이 거의 용해가 되다시피 해서 흔한 말로 피부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과 염증을 억제하면서 연부조직과 뼈를 분해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장기 복용시 단백질이 용해되어 근육 인대가 약해지고, 골다공증, 혈관약화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협착을 치료를 하려면 척추 추체를 들고 있는 근육 인대 등의 정상 회복기전이 필요한데 이런 경우는 장기 치료를 해도 치료가 거의 힘든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에 의한 신체상태
https://www.youtube.com/shorts/aTYakFzwI6E )
하지만 가까운 곳 양방의원 한의원 등에서 치료를 했는데 아픈 엉치쪽은 치료 안해주고 내내 허리만 본다고 불만이 가득하시다. 나름 설명을 드렸는데 나한테도 역시 아픈 쪽을 치료를 해달라고 꼭꼭 요구하신다.
힘든 병인데도 병원인을 치료하기 보다는 증상이 드러나는 곳의 치료를 원하고, 스테로이드제는 계속 복용 중이시라 끊을 마음 없으시고, 연세는 많고, 내원 거리는 멀고하여 내가 보는 것 보다 가까운 곳에서 치료하시라고 권유 드린 후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치료를 하고 마쳤다.
할머님도 역시 요추부 협착증상이신데 3년 전부터 통증이 있다고 하신다. 서울삼성병원에 갔더니 수술은 안되고 한달분 약만 주더라고 하신다.
할머님 병도 치료가 오래 걸리는 병이라 가까운 곳에 가셔서 한달 이상 잡고 치료를 열심히 하시라고 하고 꼼꼼이 조사하고 난 후 성심껏 치료를 해드렸다.
그런데 다음날 안오실 줄 알았는데 재원하셨다. 할아버님은 치료 안하고 대기실에서 그냥 기다리시고 할머님만 침치료를 원하신다. 따로 이유는 묻지 않고 할머님만 열심히 치료해드렸다.
그 다음 3일째 사이좋게 두분다 오셨는데 할아버님은 역시 접수 안하신다. 할머님만 베드에서 치료해 드릴려고 하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이틀이나 치료를 했는데 하나도 효과가 없다.”고 하시면서 푸념을 하시길래 ‘이 병은 한두번이 아니라 한두달을 치료해야지 조금 차도를 보이는 병입니다’라고 초진때 설명에 이어 재차 상세히 설명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님 말씀 “침은 세 번만 맞으면 다 안다.”면서 확신에 찬 말씀을 남기시고 이날까지 딱 3회를 채우시고는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다.
이 할머니처럼 간혹 연세 있으신 분들 중 한의원에 내원을 하시다가 4일쯤 지나면 안오시는 경우가 한번씩 있다. 한참을 지나 다른 일로 방문하셨을 때 그때 아팠던 것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3번 만에 안나아서 안왔다.’ ‘3번만에 호전이 없어서 나랑 안맞는 것 같아 안왔다’라고 답하시는 경우들이 있다.
근육통, 식체, 발목염좌 같이 즉효성이 나타나는 질환들이야 침을 놓자 마자 덜해질 수 있으니 이런 가벼운 병은 제외하고, 중증이며 만성적이고 퇴행적인 증상들이 과연 3번 만에 경과가 나올 수 있을까?
협착, 무릎 연골 다 나간 것, 암, 수술도 안된다고 하는 병, 이런 것들도 과연 3번만에 경과가 나올 수 있을까? 독한 양약을 몇 달씩 또는 몇 년씩 먹어야 되는 병인데 침으로 단 3번만에 경과가 나오도록 할 수 있을까?
만성적이고 고질적이다는 의미는 뒤집어서 얘기하면 치료를 많이, 열심히 해야 잘 낫는다는 뜻이다. 이런 종류의 병에는 모든 치료자들이 당연히 금방 변화를 일으키기 힘들기 때문에 기간을 넉넉히 설정해서 치료받으시길 권유 드린다. 치료의 효력의 쌓이고 쌓여야 증상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치료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것이다.